엔칸토의 마지막 노래, All of you 에서는 다음과 같은 미라벨의 통찰이 나온다.
Look at this family, a glowing constellation
So full of stars and everybody wants to shine
But the stars don't shine, they burn
빛나는 별자리 같은 이 가족은 그 빛을 내뿜는 가족 개개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별들은 그냥 빛나는 게 아니라 사실 자신을 태우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가족들은 평생 빛내다가 지금 번아웃이 온 참이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결론은 자연스럽다.
I think it's time you learn
You're more than just your gift
그런데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족들은 미라벨을 자랑스러워 하며 돌연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We see how bright you(미라벨) burn
We see how brave you've been
어... 잠깐, burn 은 나쁜 거 아니었어요? 그만 태우자는 거 아니었어? 이게 어떻게 칭찬이 돼?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burn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까 burn은 버려야 할 행동양식이 아니라, 권장되기는 하는데 적당히 해야 할 행동양식으로 재정의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burn은 소진이 아니라 헌신 정도가 되겠다. 이 대사 하나로 영화는 그간 가족들이 애써온 모든 노력들을 짐짓 미련하거나 위선적인 것이라 격하시켜버리고 싶은 유혹을 동시에 경계한다.
가족을, 공동체를 위해 burn하는 것이 옳으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도 마지막까지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자신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지만 마지막 미라벨에게 burn이라는 단어를 돌려주는, 그래서 가족을 위한 그들의 헌신을 끝내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는 않는 이 중용의 미덕이 나는 뜻밖에 마음에 들었다.
태도에도 쿨톤이 유행인 요즘이지만, 쑥쓰러움을 접어두고 생각해 보면 어떤 공동체든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헌신이 없이는 유지되기 힘들다. 그러니 크고 작은 공동체에 필연적으로 속한 우리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않는 마음으로 적어도 공동체를 위한 누군가의 헌신을 미련한 짓이라 말하지는 말아야한다. 그게 엔칸토가 burn이라는 단어를 대하는 태도에서 보여 주는 사려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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