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은 한강 작가의 <작별> 이었다.
작품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전까지 없었던 무엇인가가 두 사람의 사이에 새겨난 이유를. 보이지 않는 길고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그들을 연결하는 실체로서 존재하게 되고, 그 실의 진동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투명한 접지가 몸 어딘가에 더듬이처럼 생겨난 까닭을.
둘 사이에 무언가가, 인연이라거나 감정이라거나 연대라거나 공감이라거나 하는 무언가가 생겨난 것을 깨닫는 장면이다. 그게 무엇인지 단언할 수는 없다. 그는 간단히 "그걸 사랑이라고 하는 거예요." 하고 답하는 반면, 작가는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다음 부분을 적는다.
감히 이 부분이나 작품의 의미에 대해 해석해 보려는 것은 아니고, 실은 저 문장을 읽으며 처음에 '접지'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잠시 고민했다. 사전을 찾기 전 나름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1. 명사다.
2. 더듬이처럼 어떤 물리적 모양이 있는 물체다.
3. 진동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다.
세 가지로 유추한 바 가장 비슷하게 떠오르는 단어는 안테나였다. 그리고 사전을 찾아 보니 접지는 다음 세 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접지1 接地 [ 접찌 ]
1. [명사] 땅에 닿음. 또는 땅에 댐.
2. [명사] 전기 전기 회로를 동선(銅線) 따위의 도체로 땅과 연결함. 또는 그런 장치.
접지2 椄枝 [ 접찌 ]
[명사] 농업 접을 붙일 때 바탕이 되는 나무에 나뭇가지를 꽂음. 또는 그 나뭇가지.
접지3 摺紙 [ 접찌 ]
1. [명사] 종이를 앞 또는 뒤로 접음. 또는 그렇게 접은 종이.
2. [명사] 출판 제본할 때 페이지 순서대로 인쇄된 종이를 접음. 또는 그렇게 접은 종이.
접지1 중 물리적 실체를 가진 명사는 '전기회로를 땅에 연결하는 장치' 다. 그러니까, 전선이다. 그리고 위 문장에 따르면 투명한 전선이다. 언뜻 무언가 말이 될 듯도 하지만, 진동을 전달하는 실의 끝에 투명한 전선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정확한 단어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접지3 중 물리적 실체를 가진 명사는 '접혀진 종이' 다. 실의 끝에 진동을 감지하기 위해 접혀진 투명한 종이가 있다. 안될 것은 없겠으나 굳이 이 단어를 사용한 의도가 모호하다. 작가가 아무 단어나 무성의하게 사용했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접지3 중 물리적 실체를 가진 명사는 '접붙임된 나뭇가지'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image: https://content.ces.ncsu.edu/grafting-and-budding-nursery-crop-plants)
안테나의 이미지와 닮았다. 접붙임의 바탕이 되는 나무(주인공의 몸)가 있고, 거기에 추가로 돋아난 것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저 끝에 실이 매달려 있으면 그 진동이 주인공의 몸까지 전해질 듯하다. 아마도 이 의미가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까,
(image: pixabay)
말하자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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